여행지에서 상상한 말들

2022년 12월 14일

여행은 주변의 모든 익숙한 것을 지우는 좋은 방책이었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먹거리, 새로운 생각, 새로운 장소. 그리고 사람들은 툭툭 내 인생에 없던 파형을 만드는 말들을 던져 주었다.

독일의 어느 바에서 한 남자는 말했다.

“과거는 모음집이야. 진짜가 아니야. 네가 느낀 감정의 고점과 저점만 모아서 편집한 영화야.”

제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어떤 여자도 말했다.

“여러 일이 있었지. 그렇치만 이제 지난 일이야. ”

바르셀로나에서 놓친 공연이 있다는 걸 다음 도시에 와서야 깨달았을 때 친구는 말했다.

“아쉽네. 그치만 여기에도 재밌는 게 많으니까. 됐지, 뭐. 우리는 이제 여기 있잖아.”

여행 짐을 푸르고 난 뒤에도, 그런 말들이 내 안에 남았다. 나는 내가 지나온 길을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그건 내가 지나온 길이야. 나에게 있었던 슬픔을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건 슬픈 일이었어. 하지만 이제 나는 여기에 있어. 기둥처럼 곳곳의 마음을 떠받치며 말들이 자리를 잡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