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Tribe)을 찾고 싶은 마음

2023년 06월 30일

“ 저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게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운 좋게 바젤에서 만난 친구들이 정말 잘 맞았어요. 게다가 그 친구들은 저와는 작업 하는 게 완전 다르거든요.
어떤 친구는 사진을 하고 어떤 친구는 편집 디자인 외길이고요. 그래서 그들과 게릴라식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프로제그를 진행할 때마다 필요한 파트의 친구들이 함께 모여서 일을 해가는 모듈식 스튜디오를 지향하며 판을 짜고 싶어요.
그 후에는 어느 정도의 자본을 모아서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처럼 갓 졸업한 친구들의 시작을 돕는 사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PaTi 졸업생 인터뷰 중, 모찌.

“지향하는 형태는 미디어아트랩이에요. 의뢰 작업 뿐 아니라 자체 연구활동을 하고, 지원사업에 참여해 새로운 시도도 하고.”

PaTi 졸업생 인터뷰 중, 찬혁.

내가 가진 건 조직에 속하고 싶은 열망일까? 한 걸음 더 들어가 질문해보면 ‘부족(tribe)’을 찾고 싶은 열망인 게 아닌가 싶다.

하자센터에서 A가 이야기했던 그 부족. 단어를 찾아보니 이런 뜻이 나온다.

부족: 문화인류학에서 다루는 이론적 유형의 사회조직. 혈통이 같으며, 가족단위를 뛰어넘는 일시적·영구적인 정치통합과 공통의 언어·문화·사고방식 등의 전통에 의해 규정되는 소규모 집단들에 기초를 두고 있다.
부족의 이상적 형태는 소속원들이 상징적으로 하나의 부족 이름과 인접영토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교역·농업·집짓기·전쟁·제사 의식 등 공동작업에 다 함께 참여한다. 부족은 대개 몇개의 작은 지역공동체(밴드·마을·이웃마을)로 구성되며 부족연합이라는 좀더 높은 차원의 집단으로 통합된다.

어떻게 다시 일을 시작할까 고민하고 있다.

맞는 일을 잘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내게 여럿이 기대를 낮추라 조언했다.

두려움을 프리즘으로 비추면 여러 갈래의 파장이 있다. 닷페이스라는 공간이 남긴 소중함과 두려움. 열과 성을 다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는 일을 실패 - 실패는 내게 복잡한 의미다 - 했다는 아픔. 그래서 다르게 할 순 없었을까 라는 과거형 질문을 넘어서 앞으로 다르게 할 수 없을까 라는 현재를 향한 질문이 남는다.

좋음을 남기고 하려는 일을 잘 정의한다면 어떨까.

인생을 과하게 괴롭히지 않으면서 하면 어떨까.

기대를 낮추는 게 겸양인 양 먼저 원하는 걸 포기하지 않으려면.

인생에 중요한 걸 포기하지 않고 자주 기쁨을 제자리에 남기며 살 수 없나 생각한다.

경직 되어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 시기를 돌아보면 언제나 후회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