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쥐었다 펴기

2022년 12월 22일

불안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의 저자이자 불교 승려로 17년을 살았던 나티코는 하나의 동작을 제안한다. 손으로 주먹을 꼭 쥐었다가 손에 쥔 것을 모두 흘려보내듯 크게 펴내 보자. 손이 살짝 저릿한 기분이 든다. 이것은 상징적인 동작이다. 내려놓는 연습이고 현실을 감각하는 일이다.

나는 이 비슷한 동작을 외상 후 장애 치료 기법의 하나인 안전 기반 치료에서 배운 적이 있다. 불안감이 심해지고, 몸이 ‘위협 상황'이라 인지할 때, 자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라운딩이라고도 부른다. 지금, 여기에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도록 안전한 영역(Ground)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라운딩에는 주요한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 하나인 신체적 그라운딩은 몸의 감각에 집중해 안정감을 찾는 방법이다. 차갑게 흐르는 물에 손을 넣는 일. 호흡에 집중하는 일. 앉아있는 의자를 세게 잡아보는 일. 주변 사물의 색감, 온도, 촉감을 알아차리는 일. 주먹을 꽉 쥐었다가 푸는 일. 모두 신체적 그라운딩의 방법이다. 이 동작의 교훈은 아주 간단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안전지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아주 단단하게.

나는 이 감각을 이미 알고 있다. 이건 ‘여행의 감각'이고, ‘운동의 감각'이다. 차가운 바닷물에 손을 담그고, 새벽부터 여행 가방을 끌고 낯선 공기를 마시고, 주변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일. 호흡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가 푸르고 발꿈치가 땅에 닿아있음을 느끼며 뛰는 일. 나는 이 감각을 알아차리는 시간을 보냈구나. 그 시간 동안 커다랗고 단단한 그라운드를 만들었구나, 생각한다. 이 안전지대를 언제든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사실이 든든하다.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안전지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아주 단단하게.

끝.


연말에 쓴 글.